민주주의 자멸, 특권과 무능이 불씨

고대 아테네의 몰락, 오늘날 미국·영국의 민주주의 위기와 닮은꼴

부와 권력이 정치를 장악할 때, 시민의 선택은 형식에 그칠 뿐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의 칼럼니스트 메릴 나스는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몰락한 원인을 분석하며 오늘날 미국과 영국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사설을 인용한 그의 글은, "민주주의는 기본이 아니라 의지로 창조되고 끊임없이 육성되어야 하는 체제"임을 역설한다.

 

<사진; AI image. antnews>

기원전 5세기 고대 아테네는 인류 최초의 직접 민주정치 실험으로 시작해 눈부신 문명을 꽃피웠다. 철학, 예술, 정치제도의 전성기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확장시켰다. 그러나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기존 제도를 비웃는 초부유층의 등장과 정치 기강의 해이가 결국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이 몰락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50.

 

메릴 나스는 현재 미국이 바로 그 두 번째 민주주의 실험250년을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에도 초기 성공은 분명했다. 미국은 경제, 군사, 문화 면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었고, 대의민주주의는 유럽 등지의 독재 정권을 대체하는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 시스템은 균형보다는 교착 상태”, “대표보다는 자금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정부의 세 축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상호 견제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권력의 무게 중심이 로비 단체, PAC(정치활동위원회), 싱크탱크 등 비선 조직으로 이동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치 자금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후보자는 유권자의 선택보다 기부자의 선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 정치는 돈이 후보자를 선택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해치는 결정적 위협이다. 영국 또한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1997년 신노동당 정부는 대처리즘의 불평등을 극복하겠다며 출범했지만, 강력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뿌리내리지 못했다. 중도우파 연립정부 역시 위기 수습에는 실패하고, 오히려 가난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긴축재정으로 특권층을 보호하는 선택을 반복했다.

 

메릴 나스는 오늘날의 민주주의 위기는 악의보다 무능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그 무능은 경제적 불평등을 방치하고, 정치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며, 시민의 정치 참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누가 권력을 갖고, 그 권력이 누구를 위해 행사되는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신정부 들어선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

 

군주는 덕으로 나라를 지탱하고, 백성은 도로써 나라를 지킨다.”

– 『서경(書經)

 

한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민주주의의 가치보다 정파적 성향과 이념적 기대가 앞선다. 최근 정권 역시 경제 불평등 해소와 복지 확대를 기치로 내세우며 포용을 말하지만, 그 방식은 점점 국가 개입의 강화, 자산 재분배, 기업 통제 확대로 기울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약진 이전 단계의 인민주의적 통제 구조와 유사한 면이 있다.

 

한비자(韓非子)법이 공정하지 않으면 인민은 사익으로 움직이고, 권력이 편중되면 나라는 흔들린다고 했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구조는 사법·입법·행정의 견제 균형보다는, 행정부와 관료조직 중심의 과잉주도로 흐르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아닌 유사 사회주의 체계로의 이행일 수 있으며, 시민의 자유는 점차 공공의 명분아래 위축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복지 확대와 불평등 해소라는 명분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생산과 자율, 창의의 에너지가 고갈될 수 있다. 고대 송나라 왕안석의 신법 개혁도 백성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대의 아래 시행됐지만, 결국 관료 비대화와 부패, 시장 왜곡, 국가 재정 파탄으로 이어졌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단지 복지를 더 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균형 있게 부여하는 제도다. 한국이 다시 공론과 균형, 그리고 법치의 정신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 앞날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어느 날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부패해간다. 가장 먼저 타락하는 것은 제도도, 법도 아닌 사람들의 '관심'이다. 특권층이 자신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질 때, 민주주의의 불씨는 사라진다.

 

고대 아테네의 몰락은 신화가 아닌 역사였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과 영국에 이은 대한민국이 그 역사의 두 번째 막을 연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교훈을 잊은 대가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한다. 그것은 결국 시민 각자의 결단과 실천에 의해 되살아나는 것임을, 이 시대는 다시 깨달아야 할 때다.

 

-앤트뉴스 사설


작성 2025.10.29 09:07 수정 2025.10.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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